평창 달군 '컬스데이 신드롬'… "영미야 일본 넘어 금메달 가자!"

입력 2018-02-21 17:48  

여자 컬링 8승 1패 '압도적'
한국, 러시아·덴마크 완파
예선 1위 확정, 일본과 23일 4강전

"마늘소녀 대신 예쁜 별명 원해"
마늘로 유명한 의성 출신 선수들
외신에서도 '갈릭걸스' 애칭 붙여
전원 김씨…'팀 킴'으로 부르기도

경기 때마다 외치는 "영미!"
인터넷서 각종 패러디 봇물



[ 박진우 기자 ] 일찌감치 4강을 확정한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예선 마지막 두 경기를 모두 기권승으로 따내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21일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예선 8차전에서 OAR팀을 11-2로 완파했다. 한국은 1~3엔드 연속으로 3점씩 스틸(선공 팀이 득점)하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6엔드에서 기권승을 거뒀다. 뒤이어 열린 9차전에선 덴마크를 7엔드에서 9-3으로 꺾었다. 최종 예선 성적은 8승1패, 단독 1위로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23일 예선에서 한국에 유일하게 패를 안긴 일본과 설욕전을 치른다. 한국 여자 대표팀은 맹활약하면서 아이돌그룹 걸스데이에 빗대 ‘컬스데이’로 불리며 ‘컬링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갈릭걸스보다 예쁜 별명 지어주세요”

약체라는 세간의 평가를 깨고 예선 1위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친 컬스데이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21일 기준 1주일 동안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컬링 관련 글은 5940개에 달한다. 주요 커뮤니티에선 OAR팀과의 경기를 마친 뒤 올라온 글만 수백 개였다. 선수마다 별명도 생겼다. 네티즌은 김은정에게 ‘안경선배’, 김선영에게 ‘안경동생’이라는 애칭을 지어줬다. 김은정이 경기 중 스위퍼인 친구 김영미를 목이 터져라 불러서 “영미!”라는 이름을 응원하는 모두가 알게 됐다. “영미 기다려”는 스위핑을 잠시 멈추라는 뜻이고, “영미 더더더”는 스위핑하라는 의미다. 차분하게 부르면 ‘준비하라’는 뜻이고, 안 부르면 김선영이 닦는다. 김은정이 경북지역 어감을 담아 김선영을 부를 때 쓰는 “선녕이!”도 있다.

국내외 언론들은 ‘깜짝 스타’ 컬링팀에 갖가지 애칭을 붙였다. ‘갈릭걸스’(WSJ, ESPN) ‘의성 마늘 소녀’(WSJ) ‘팀 킴’(WSJ) 등이다. ‘팀 킴’은 선수 전원이 김씨인 데다 감독 또한 김씨(김민정)여서 붙은 별명이다. 마늘을 콘셉트로 한 레스토랑 ‘매드 포 갈릭(Garlic)’에 빗댄 ‘매드 포 컬링’,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마드리드 별명인 갈락티코(galactico·은하수)에 빗댄 ‘갈릭티코’란 표현도 있다. 선수들은 “갈릭걸스보다 예쁜 별명을 지어줬으면 좋겠다”며 “애칭 지어주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벤트라도 해달라”고 한 언론사에 부탁했다.

◆‘컬링의 요람’ 된 의성군

컬스데이를 배출해낸 경북 의성 주민들은 만사 제쳐놓고 컬링에 푹 빠졌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스위핑’ 같은 기본 용어는 물론 ‘블랭크 전략’ 같은 컬링 전략을 알고 있다. 김은정의 고향 마을 입구엔 응원 현수막이 내걸렸다. 컬스데이 멤버들이 나온 의성여고 컬링부 안정연 양(고3)은 “올림픽 무대에서 선전하는 선배들이 자랑스럽다”며 “4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에는 나도 출전할 수 있도록 기량을 갖추겠다”고 했다.

의성은 컬링의 메카가 됐다. 2006년 의성군 등이 31억원을 들여 세운 전용 컬링센터는 때마침 인구 5만 명의 도시에서 놀 거리를 찾지 못하던 학생들의 놀이터가 됐다. 김영미·김은정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당시 중2 학생이던 김경애는 취미 삼아 컬링을 즐기는 언니 김영미에게 심부름을 하러 갔다가 컬링에 푹 빠졌다. 김경애의 친구 김선영은 김경애가 칠판에 ‘컬링할 사람’이라고 써놓은 걸 보고 입문하게 됐다.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에 출전한 장혜지도 의성 출신이다. 장혜지는 “야간 자율학습을 안 하는 게 너무 좋아서…. 가끔 수업도 빠지고 그게 너무 좋아서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김은정 등 컬링 여자대표팀을 비롯해 대한민국 선수의 90% 정도가 의성지역 출신이다. 경북에서 선수로 등록한 컬링 선수는 초·중·고등부와 일반부 54명이다.

경북 컬링이 이번 올림픽에서 큰 관심을 받기까지는 김경두 경북컬링협회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김민정 컬링 여자대표팀 감독의 아버지인 김 부회장은 대학교수로 재직할 당시 캐나다를 찾았다가 ‘돈은 적게 들면서도 영리한 한국인에게 적합하다’고 보고 컬링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경북체육회 컬링팀과 훈련장 모두 김 부회장이 주도해 이뤄낸 성과다. 박의식 경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의성을 중심으로 가족과 친구, 선후배가 방과 후 수업 등으로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으나 그동안 비인기 종목이라 투자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매년 컬링 강국인 캐나다에 전지훈련을 보냈고 선수단도 올림픽에서 큰일을 내자고 의기투합했는데 끝까지 선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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